Don’t fuck around
by 우사
Welcome to the Black Parade


5.18 오늘 하루종일 들은 노래.
by 우사 | 2010/05/18 23:00 | 트랙백 | 덧글(2) |
관(官)

어제는 부산에 계신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왔다. 서울역을 나오자 눈엔 서대문 경찰서가 들어왔다. 왠지 낯이 익어 보였다. 물론 난 저 경찰서에 가 본 일이 없다. 단 몇 개월전 수사관들의 차를 타고 방배에서 용산을 거쳐 도심으로 들어설 때 이곳을 보며 생각했다. 아 여기로 날 데려가는 건가. 아니었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많은 관청을 지나치면서 순간적으로 이 건물들에 있을 친구, 동창, 지인 뭐라고 부를수도 있고 없기도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내가 알량해보였다. 이들은 다 햇병아리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게 낫다.


난 특수수사과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었다. 참고인이란 굉장히 미묘한 신분이라는걸 그때 알았다. 혐의자가 아닌 이상 수사관들은 나에게 상황을 설명해줄 의무가 없다는 태도였다. 큰 문제는 내가 죄가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혐의자도 죄가 없다는 것이며 그걸 나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들은 많은 개인정보들을 협조라는 명칭하에 확인하고 요구해왔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변호사를 부를께요' 였다.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개인정보에 대한 요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문제는 내가 참고인이라는 것이다. 혐의가 없다. 그런데 내가 비협조적일수록 옆 방에서 취조 받고 있을 회사 동료가 의심받을 것이다. 난 내키지 않는 모양새로 개인정보들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 사람들이 복잡하고 행정적인 절차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들. 그럼에도 아무런 의혹도 없는 무가치한 (그들에겐) 것들.  


난 그날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참고인에 불과했던 난 어떠한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회사동료에 대한 의혹도 곧 없어졌다. 


이 사건을 부모님께 말씀드린건 한 달쯤 전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버지도 작년 한해는 관과의 교류가 잦았다. 다른 점은 아버지의 건들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의도하진 않았지만 잘못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들이다. 


아버지의 케이스들은 아주 복잡했다. 두개 모두 각각 꽤 장황한 전후 스토리와 의사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모두 형사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아버지는 '완벽한 회피' 를 하지 못할 경우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는 손해에 대해 걱정했다. 동원할 수 있는 연줄과 압력을 넣어야하는 적절한 타이밍, 압력의 대가와 부작용등에 대한 걱정은 굉장히 현실적인 피곤함을 가져다 주는것 같았다. 옛날을 그리워하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곧 잘 관을 조심하고 겁내라고 이야기한다. 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을 폐가망신시킬 수 있다고. 이 전형적인 어른의 대사를 아버지는 조직이라는 보호막을 던진 지금에 와서야 시작하였다. 황혼기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앞으로 몇 년. 삶의 - 적어도 돈의 - 가능성은 줄어든다. 가진것을 보호하기 위해 소심해진 아버지를 보았다. 

by 우사 | 2010/02/25 13:59 | 낮과 밤 | 트랙백 | 덧글(3) |
생애 첫 파마

1달만에 간 미장원. 평소보다 30분 일찍갔다. 선생님께 신상의 변화를 보고하니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라고 부추긴다. (헤어진건 아니다.) 1분 정도 고민하다 결정. 역시 태어나서 처음이라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헤어스타일 사진들이 있는 앨범북 같은걸 봄. 추천한 머리스타일의 주인공은 이름이 기억 안나는 연예인. 나 이거 하면 이 사람 처럼 보이는거에요? ... (반응은 '얼굴이 어쩌고' 였다..)


결정하고 나서 뭘 마실건지 물어본다. 아까 커피 마셨는데?  알고보니 머리에 어떤 작업 (뭔지 모르겠지만 약바르고 핀 같은걸 꼽는)을 하는 동안 잡지보고 마시라고. 이번엔 아이스티. GQ를 가져다 준다. 난 GQ를 구독하지는 않고 볼 기회가 있으면 (주로 머리 자르는 날이나 카페에서 정말로 할 일이 없을때...) 섹스 칼럼을 가장 먼저 본다. 이 잡지의 가장 유니크한 컨텐츠가 이 컬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겠지? 근데 아까 대기하면서 보다가 선생님이 오자 덮었다. (이분은 여자)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오 이 할아버지 명상을 하는군. 근데 윤회론은 안 믿는군. 다 봤다. 에이 뭐 어때. 하고 아까 보던 섹스칼럼을 다시 본다. 엔조이 관계에 있는 여자가 콘돔을 안써왔고 오늘도 안쓰려고 하는데 자기가 설득해서 쓰게 만드는 첫 날 콘돔이 찢어지는 이야기. 오마이갓. 그래서 병원에도 간다. 이런일이 없었던 평탄한 내 인생을 5초쯤 생각.


그리고 뭔가 머리에 열을 주고 (항상 보기만 했던거다) 머리를 감기고 나니 이건 고이즈미? 내가 굉장히 어색해하자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하는 선생님. 그리고 자르고 씻기고 자르고 씻기고를 4번쯤 반복. 발렌타인데이 선물은 뭐 받았어요? 아무것도. 정말? 헤어져야겠네. 새해에 364만원짜리 맥북 프로를 선물 받았거든요. 라고 하지는 않고 (이 말을 하면 설명할 것이 많아진다) 평소에 자주 줘요. 그래도 그렇지. 그러 화이트데이때 안줄꺼에요? 네. 원래 자기가 안 필요할때 주면 싫어해요. (말이 그렇지 사실은 안그래요. 라는 충고(?)를 자주 듣지만 사실이 그렇다 정말.)


2시간 만에 완성.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다음달에 내가 안오거든 알아서 생각하세요. 그럼 독촉전화할꺼에요. 사실 이사가거든요. 어디로? 논현동.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지금은 집에서 10분거리니까 여기오는거죠...는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나 지금 머리 확 망쳐버린다?


아무튼 인증. 사실 거의 파마 여부를 못알아볼 수준의 사진 퀄리티...



 

by 우사 | 2010/02/19 23:42 | 낮과 밤 | 트랙백 | 덧글(4) |
나가는 책, 생존한 책


지난 화요일밤엔 집에 있는 모든 책에 대해 한 권씩 청문회를 실시했다. 책장을 훑어본다. 제목을 본다. 넌 합격. 이건 나중에 볼꺼야 (과연). 넌 퇴출. 아니 이런 병신 같은 책은 왜 샀지? 이런 아리까리. 이렇게 해서 남은 인생동안 내 손에 없어도 되겠다고 골라낸 책들이 위 사진과 같이 약 200여권. 이 엄청난 수에 깜짝 놀랐는데, 대략 3~4분의 1정도를 찍은걸로 보아 지금껏 6~800여권의 책을 모셔두고 살아온 것이다. 알라딘이나 교보문고는 교활하게도 내가 지금까지 너네 서점에서 얼마나 많은 책을 구입 했으며 얼마나 돈을 써댔는지의 총량을 한눈에 알게 보여주진 않는다. 


정말로, 책을 한 권씩 검증하는 작업은 과거를 거슬러가는 작업이다. 3년전, 5년전 내가 품었던 기대들, 내가 예상했던 나의 미래들, 내가 인간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분야와 지식들, 버닝했던 작가들과 지금도 떠오르는 떨리는 문장과 순간들, 책을 추천해주고 선물해준 사람들, 사귀었던 사람들이 빌려주고 놓고간 책들. 난 나이를 먹을수록 책의 중요성을 '덜'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20대의 거의 모든 것이 스쳐간다. 그리고 낭비.


낭비야 말로 이렇게 책을 처분하는 일의 핵심이다. 책을 구매하는데 들어간 돈의 낭비가 아니라 관심의 낭비. 책을 보는 행위만큼 타인과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 지금의 기준에서 producing하지 않는 모든 것은 낭비이다. (이 말을 쓰고 보니 도요다가 생각난다. 칸반! JIT! 내가 왜 이런것을 알고있지? WTF! 이런것이 낭비다.) 그래도 그렇게 본 책들이 다 도움이 되고 지금의 나를 만든거야.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나는 어리석었고 실제로 무엇을 하기보단 추종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은 책을 맹렬히 보기 시작할때의 나에게로 돌아가서 말해주고 싶다. 물론 넌 네 남은 인생에서 매일 책을 볼 거라고. 그러니 더 재미있는 진짜 일을 하라고.

by 우사 | 2010/02/04 21:35 | 낮과 밤 | 트랙백 | 덧글(2) |
크리스마스, 언니네 이발관

(당연하지만) 올해 마지막 콘서트이자 5집 앨범의 마지막 공연. 26일 단독 콘써트.



아무도 믿지 않을 마지막 곡을 끝내고 첫번째 앵콜에서 이석원은 숫자 “40” 이 크게 프린팅된 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 아저씨 참… 그리고 가장 보통의 존재와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름다운 것을 연속으로 불렀다.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할꺼라 생각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근 1년 반동안 내가 가장 많이 –  펫샵보이즈와 펫메스니보다 더 - 들은 곡이다. 라이브에서만 하는 ‘뻔한 얘기-‘로 시작되는 후렴구를 올해 세번째로 보면서 생각했다. 이제 충분하다고.


정말 마지막 앵콜은 당연히 나를 잊었나요. 이석원은 이 곡이 이제 지겨워서 하기 싫다는 뻥을 또 쳤다. 그리고 당연히 책 이야기도 또 했다. 능룡군은 대학교 1학년 때 스멜 라이크 틴즈 스피릿을 연주하는 친구를 보고 기타를 배웠다고 했다.


임주연씨는 힘든지 어깨를 자주 토닥거렸다. 언니네 이발관을 처음 보는 친구에게 말했다. ‘저 건반누나 좀 맘에 들어’ 그리고 요즘은 꼭 뒤에 붙이는 말. ‘사실은 누나가 아닐지도 몰라’. 돌아와서 Y에게 물어보니 동갑이랜다. 아… 주연씨는 (살포시 성을 떼겠다) 어제 이능룡군과 if you rescue me를 불렀다. 이능룡군은 공연마다 보컬 양이 점점 늘어가는걸로 보아 12집쯤 되면 단독 보컬인 앨범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by 우사 | 2009/12/28 21:09 | 낮과 밤 | 트랙백 | 덧글(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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